외관
아이처럼 작은 체구에 앳된 얼굴. 그러나 빛이 희미하게 스며드는 구슬 같은 눈동자에는 쉽게 설명할 수 없는 신비로움이 어른거렸다. 표정의 변화는 거의 없었지만, 아이들 앞에서만큼은 신과도 같은 자비로운 미소를 지어 보이곤 했다.
그녀는 늘 긴 소매자락을 펄럭이며 바람을 헤치고 다녔다. 그런 모습은 천계 사람들의 상상력을 자극했고, 그녀를 둘러싼 온갖 가설이 떠돌았다. 누구는 어린 용의 미숙한 변신을 감추기 위해 긴 옷자락을 두르고 다닌다고 했고, 또 누구는 수행을 끝내지 못해 하늘로 올라갈 수가 없으니 선녀의 날개를 단 채 기회를 엿보고 있다고도 했다.
하지만 그 수많은 이야기들 중 무엇이 진실인지는, 끝내 아무도 알지 못했다.
성격
[자비로운/덤덤한/영악한]
용이 되는 길에는 여러 갈래가 있었다. 누군가는 천 년의 긴 수행 끝에 여의주를 얻어 하늘로 승천했고, 또 다른 누군가는 사악한 인간 백 명을 잡아먹은 뒤 용이 되었다고 한다. 동시가 과연 어떤 길을 걷고 있는지 감히 묻는 이들은 없었다. 다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그가 수행을 시작한 지 천 년은 훌쩍 넘었다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누구도 그를 후자의 길에 올려놓고 추측하진 않았다. 신의 모습을 닮은 듯한 그의 눈빛과 태도에는 인간을 향한 깊은 자비가 깃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나 그는 때 묻지 않은 순수한 아이들을 사랑했다. 마당에서 아이들과 어울려 놀이를 하고, 흙바닥에 손가락으로 그림을 그리며 웃던 나날들을 소중히 여겼다. 그는 자신이 ‘어른’이 되지 못한 것을 감사히 여겼고, 어쩌면 용이 되지 못한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었는지 모른다. 아이들이 자라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그에게 무엇보다 큰 기쁨이었고, 그렇게 같은 날들이 쌓이고 쌓여 천 년이라는 시간조차 별것 아닌 것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인간은 결국 타고난 사악함을 숨기지 못하는 존재였다. 선한 이들은 권모술수에 휘말려 짓밟혔고, 악한 이들은 그들의 피를 빨아먹으며 부귀를 누렸다. 전쟁은 들판을 불태우고, 숲을 무너뜨렸으며, 결국 그 폐허가 된 땅은 사람들에게조차 잊혀졌다. 동시는 그 긴 세월 동안 이 모든 것을 지켜보았다. 언젠가는 그도 다양한 표정을 짓던 시절이 있었건만, 이제는 얼굴 근육을 움직이는 법조차 잊어버린 듯했다. 마지막으로 미소를 지었던 때가 언제였던지, 기억조차 희미해졌다. 천 년을 지나도 승천하지 못한 이무기는 점점 비뚤어지게 된다던 말, 그는 이제야 그 까닭을 어렴풋이 이해할 수 있을 듯했다.
동시는 방황하고 있었다. 아이의 모습으로 아이들의 순수함과 맞닿을 수 있는 나날을 잃고 싶지 않았고, 용이 되어 그 ‘모든’ 인간을 돌보고 보살피는 운명은 그의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그저 시간을 허비하고 있었다. 자신의 길을 확신하지 못한 채, 그 어디쯤을 떠도는 청소년기처럼. 아직 완전히 여물지 못한 이무기, 그 모습 그대로였다.
그래도 그는 나름대로 인간 세상에서 잘 살아가고 있었다. 마음에 들지 않는 자에겐 영악한 지혜로 벌을 주고, 길을 잃은 아이에게는 기꺼이 손을 내밀어 집으로 이끌어주는 방식으로 말이다.